건강상식
춘곤증
한의학 박사 김현수
봄철은 만물이 소생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온몸이 나른해지고 기운이 풀어져 자칫 잘못하면 건강을 잃을 수 있는 계절이다.
한의학에는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이미 병이 된 것을 치료 하지 말고 병이 되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이다. 이미 병이 된 것은 치료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치료를 해도 예전 건강 상태로 돌아가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 평소 양생법을 실천하여 병이 오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보통 춘곤증이라고 하면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만 되면 졸리게 되는 증상을 말하는데, 소화가 잘 안되거나, 업무나 일상생활에도 의욕을 잃어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특히 나른한 피로감이나 졸음, 집중력 저하, 권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인 춘곤증의 증상이다. 때로는 손발저림이나 두통, 눈의 피로,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봄이 되면서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오후에는 졸음이 쏟아지고 나른함과 권태감으로 인해 업무의 능률도 잘 오르지 않는다면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잘 적응을 못해서 생기는 춘곤증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하거나, 과로를 했거나, 겨울에 섭생을 잘못해 몸이 좋지 않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춘곤증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춘곤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들 수 있다.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추위에 익숙해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 신체가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봄이 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어들고, 저녁 늦게까지 야외에서의 활동량이 많아지므로 피로해지기 쉽다. 특히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B1, 비타민 C를 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이때 비타민이 결핍되면 춘곤증을 더 느끼게 된다.
또, 봄철이 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계획을 하는 등 생활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 시기이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다.
춘곤증은 겨울 동안 활동을 줄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게 되는 일종의 피로 증세로서, 이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며 질병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증상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바로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 1~3주 정도 지나면 이런 증세는 자연히 사라지게 되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쉴 만큼 쉬었는데도 피로가 지속되면서 체중감소, 식욕부진, 어지럼증 등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땐 질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피로를 동반하는 가장 흔한 병으로는 간질환, 결핵, 빈혈, 당뇨, 신장질환, 갑상선질환 등이 있으며,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도 피로감이나 나른함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증세가 오래 지속되거나 이상이 느껴질 때에는 따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1. 나른함이 오래 지속될 때
2. 나른함이 점점 심해지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지속될 때
3. 체중변화, 식은 땀, 불면증, 발한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
4.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때
5. 전과 같은 일을 해도 유난히 힘이 들 때
6. 전에 느꼈던 피로감이나 나른함과 어딘지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 등과 같은 증상은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을 보면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각 계절에 따라 양생을 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나와 있다. 그중 봄철은 發陳(발진)의 계절이라 부르는데 이는 묵은 것을 떨쳐 버린다는 뜻이며, 천지가 모두 새로 태어나고 만물이 영화롭게 되는 계절임을 뜻한다. 이때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며, 마음의 의욕을 불러 일으켜 새로운 사고를 마음껏 하되 만사를 여유 있게 다루고, 심신이 긴장하는 일이 없도록 다루어야 하며 과로를 삼가야 한다. 이를 어길 때에는 간(肝)을 상하거나 여름에 병이 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기본이다. 또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을 피해야 한다. 졸린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 흡연을 한다면 몸의 피곤이 심해져 더 졸리게 될 수도 있다.
맨손체조와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잠자기 전에도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일어날 때도 가볍게 몸을 풀어주면서 일어나면 훨씬 거뜬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식사는 거르지 않아야 하며, 특히 아침 식사는 오전동안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해 주고, 점심때 과식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므로 거르지 않는 것이 좋다.
과식은 금물이다. 갑작스러운 계절 변화에 몸의 기혈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식을 하면 혈액이 위장으로 몰려 뇌 쪽은 더욱 빈혈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식후에 정신이 흐릿해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것도 그 때문으로 봄철에는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신체의 대사 작용이 왕성해지기 시작하므로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고 기름지거나 찬 것, 생 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인간이 변화하며 자연은 그 시기에 적절히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므로 제철 음식인 봄나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냉이, 달래, 씀바귀, 쑥, 보리, 미나리 등은 겨우내 우리가 즐겨 먹었던 육식이나 기름진 음식, 오래 저장된 음식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내장의 독을 풀고 탁한 피를 맑게 해준다. 향긋한 봄나물을 많이 먹으면 봄나물에 가득한 양기를 섭취하게 되어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달래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약성이 있으며 정력 증강의 효능도 있다. 단 성질이 따뜻하므로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과다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냉이는 맛이 단 편에 속하는 봄나물로 춘곤증, 식욕부진에 좋고 봄나물 중 비타민B1과 C가 가장 풍부한 '천연 비타민'이라 할 수 있다.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이 피로하고 건조할 때(안구건조증 등)도 냉이가 묘약이라 할 수 있다. 씀바귀는 쓴맛의 대표 식품으로 이 쓴맛이 미각을 자극하고 입안에 침이 돌게 해준다. 춘곤증이 심하거나 잔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좋다.
♣이 글은 {글로벌 코리아} 2010년 05월호에 기사화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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