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약이 되는 음식, 독이 되는 음식
한의학 박사 김현수
한약을 먹을 때에는 음식을 잘 가려서 먹어야 효과가 있다.
한약과 음식은 어떤 관계이기에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약효를 방해하기도 하는 것일까?
한약재는 어떻게 약으로 쓰이게 되었고 음식의 재료는 어떻게 음식으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한약은 무엇이고 음식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약을 복용할 때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에도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음식을 만들 때에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동물이나 식물 등은 모두 한약의 재료로 쓰일 수가 있다. 그 물질들을 분석해 보면 약이 되는 성질과 독이 되는 성질이 있는데 그중 약이 되는 성질을 약성이라고 하고 독이 되는 성분을 독성이라고 한다.
이 약성은 기(氣)와 미(味)와 색(色) 등을 분석하여 어떤 성질과 효과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는 온열량한(溫熱凉寒), 즉 따뜻한 기운, 뜨거운 기운, 서늘한 기운, 찬 기운으로 나누어 그 약재의 효과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미는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즉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으로 분류하고, 색은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 즉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 등으로 분류하여 약효를 분류한다.
먼저 ‘온열량한’의 네가지 기운을 가진 약재의 효과를 살펴보면,
따뜻한 기운을 가진 온성(溫性)의 약물로는 인삼, 황기 등이 있으며 완화, 강장, 보양, 익기(기운을 나게 함) 작용 등을 한다.
더운 기운을 가진 열성(熱性)의 약물로는 부자, 육계 등이 있으며 발열, 흥분, 발한, 자극 작용이 있어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고 혈관을 확장시킨다.
서늘한 기운을 가진 양성(凉性)의 약물로는 시호, 치자 등이 있으며 보음, 지혈, 강화(降火), 청열(열을 식힘) 작용 등을 한다.
찬 기운을 가진 한성(寒性)의 약물로는 황련, 황금 등이 있으며 해열, 소염, 진정, 지혈시키는 작용을 한다.
다음으로 ‘산고감신함’의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약재와 효과를 살펴보면,
신맛을 내는 약재로는 오미자, 산수유 등이 있으며 수렴작용이 있어서 기침, 유뇨, 설사 등을 치료한다.
쓴맛을 내는 약재로는 대황, 고삼 등이 있으며 열을 식히고, 설사를 멈추며, 해독작용 등을 한다.
단맛을 내는 약재로는 감초, 대추 등이 있으며 이완, 보기작용 등을 한다.
매운맛을 내는 약재로는 세신, 박하 등이 있으며 발산, 발한, 건위, 발열 작용 등을 한다.
짠맛을 내는 약재로는 곤포, 해조 등이 있으며 단단하게 뭉친 것을 유연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어떤 약재는 약성이 강해서 조금만 먹어도 강한 효과를 내는가 하면, 어떤 약재는 약성이 약하여 많은 양을 먹어야 효과가 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어떤 동식물은 많이 먹어도 그 약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구분하여 약의 성질이 강한 것은 약재로 사용하고, 약의 성질이 약해서 많이 먹어도 인체가 그 약성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한 것들은 음식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때로는 약의 성분이 있어서 약재로 사용하는 것 중에서 음식으로 쓰이는 것도 있다. 대추, 생강, 율무, 도라지, 밤, 마, 오미자, 구기자 등은 약재로도 쓰며, 식용으로도 쓰는 것들이다.
음식이라 해도 약의 성질이 의외로 강한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개고기 등과 고추, 마늘, 파, 후추 등 매운 음식, 녹두, 팥, 찹쌀, 참외, 복숭아, 계란, 장어 등의 음식들이다.
이 중 돼지고기, 녹두, 팥, 참외 등은 성질이 찬 음식으로서 몸이 찬 사람이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설사를 하거나,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오르는 등의 탈이 나게 되며, 조금씩 장복하게 되면 위와 장의 문제는 물론 전신의 혈액 순환이 안 되면서 몸이 차지고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병원에 가서 최신의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원인 모르게 기운이 탈진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닭고기, 오리고기, 개고기, 고추, 마늘, 파, 후추, 찹쌀, 복숭아, 계란, 장어 등은 뜨거운 성질을 가진 음식들로서 몸이 찬 사람에게는 보양식으로 효과가 좋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해당되는 몸이 조금 냉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열이 많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몸이 뜨거운 체질의 사람에게는 보양식이 아니라 오히려 독성을 가진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음식들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대체로 설사를 함으로써 몸이 조절하는 작용으로 끝내지만,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장복을 하게 되면 몸에 열이 발생하여 피가 탁해지며, 알레르기 피부가 되거나 건선 등이 생기며, 머리가 아프고, 눈이 충혈 되고 피로가 쉽게 오는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증상도 초기 상태에서는 본인만 괴로울 뿐 의학적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쌀이나 보리, 밀가루, 옥수수 등은 주식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곡물인데, 그러므로 당연히 약성이 약한 식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약성이 약하다 해도 매일 먹다보면 그 약효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일정부분 몸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은 대체로 ‘다소 냉한 편’이 많아서 쌀이나 보리 옥수수 등은 온성의 곡물로서 도움이 되는 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밀가루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빵이나 국수를 많이 먹게 된다면 날 것으로 먹기보다는 한 번 더 굽거나 푹 익혀서 찬 성질을 한 번 더 약화시킨 상태로 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원리를 알고 나면 몸이 차서 더운 약재를 처방하고 있는데 돼지고기 같은 냉한 약성을 가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몸에 열이 많아서 식히는 처방을 사용하고 있는데 닭고기 같은 열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인삼은 약성이 강한 약재인데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인삼은 더운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약재이다. 기운을 보하는 약재로서 체질에 맞는 경우에 사용하면 몸에 힘이 나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한다. 그러나 열이 많은 사람이 장복하게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이 생기며, 눈이 충혈 되고 피로가 쉽게 오며, 상체에서 열이 나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의 증상과 혈압이 높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은 인삼을 쪄서 만든 홍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홍삼의 경우는 그 부작용을 다소 완화시켰다고는 하지만 장복했을 때의 효과는 인삼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부작용이 눈에 보이면 계속 먹을 사람이 없겠지만 잘 모르고 오랜 기간 먹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약 20% 정도만 인삼이나 홍삼의 효과가 좋은 체질이며, 30%는 부작용을 스스로 경험하는 경우이고, 50%는 좋은지 나쁜지를 단기간에 못 느끼지만 만성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체질이다.
또 체질에 맞아도 처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효과가 있어서 몸에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어느 순간 몸이 원하는 정도보다 과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음식을 만들 때, 특히 명절음식을 만들 때 상차림을 보면 오곡백과를 고루 먹게 하고, 빨갛고 파란 채소를 고루 섞어서 음식을 만들고,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선조의 지혜는 음식에 약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의미가 새로워질 것이다.
♣ 이 글은 {글로벌 코리아} 2010년 01월호에 기사화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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